[빗나간 애착, ‘애니멀 호딩’④] 애니멀 호더 처벌법, 또 다른 희생자 만들 수 있어··· 인지 행동치료 통한 심리치료가 우선돼야

입력 2019-12-11 16:06   수정 2019-12-11 18:16


[캠퍼스 잡앤조이=김지민 기자/이예림 대학생 기자] 정신의학적으로 애니멀 호더는 환자이다. 애니멀 호더는 미국 정신의학회(APA)에서 발간한 책자인 DSM-5에서 분류한 정신장애 진단 기준 중 강박 및 수집광 장애에 의한 증상으로 동물을 수집한다. 하지만 아직 한국 사회에서는 애니멀 호더를 바라보는 시선이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보단 단순 범법자에 지나지 않는다. 정신의학적·심리학적으로 바라본 애니멀 호더는 어떤 사람들일까.



한국동물 매개심리치료 학회 상임 이사 및 원광대학교 보건·보완의학대학원 동물 매개심리치료학과 외래교수 이시종 씨. (사진 제공=이시종 씨)









마음의 병 떨치려 동물 모으는 데 집착

애니멀 호딩은 강박 장애와 수집광 장애의 증상으로 나타난다. 이에 따라 애니멀 호더를 이해하기 위해선 강박 장애와 수집광 장애에 대한 이해가 먼저 필요하다. 이시종 한국동물 매개심리치료 학회 상임 이사는 “대부분의 애니멀 호더는 자신의 욕구가 충족되지 않을 때 현실에서 불안과 실망을 느끼지 않으려고 동물을 수집하면서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킨다”라며 “애니멀 호딩은 강박 장애의 일환으로 자아가 불안을 느낄 때 무의식적으로 방어기제를 사용하는 것이다”라고 전했다. 이 씨는 “수집광 장애로서의 애니멀 호딩은 주로 어린 시절 주 양육자인 어머니와 정서적 애착이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 사랑하는 사람에게 버림을 받거나 사람에게 배신을 당한 경우 동물에게 과도한 애착을 느끼거나 집착하면서 나타난다”고 말했다.



2015년 MBC ‘리얼스토리 눈’에 소개된 차 안에서 강아지 13마리를 기르는 여성. (사진=MBC ‘리얼스토리 눈’ 캡처)

2015년 MBC ‘리얼스토리 눈’에서는 차 안에서 강아지 13마리를 기르는 한 여성의 사연이 방송됐다. 남편의 외도로 마음에 상처를 입은 그녀는 사람은 얼마든지 배신을 하고 돌아설 수 있지만, 동물은 절대 그럴 일이 없다는 믿음을 가지고 개들을 다르게 바라보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 교수의 말처럼 사람에게 배신당하고 버림받으며 받은 상처를 강아지에게 위안 받는 것이다.

정신의학적으로 애니멀 호더들은 인지 행동적 결함을 겪는 환자들이기도 하다. 이 교수는 “애니멀 호더들은 범주화 및 조직화의 인지 행동적 결함을 겪고 있어 물건을 분류하거나 정리하는 데 심각한 어려움을 겪는다”며 “대부분의 애니멀 호더들의 주거 환경이 인간이나 동물 모두에게 악영향을 끼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신질환자로서 애니멀 호더는 인지행동치료가 우선돼야

애니멀 호더가 정신질환의 증상으로 동물을 수집한다고 진단이 내려지면 인지행동치료와 약물치료가 진행된다. 인지행동치료는 심리치료의 일환으로 환자 본인의 융통성 없는 비합리적 신념으로 인한 행동을 바꿔주는 것이다. 이시종 씨는 “애니멀 호더들은 ‘유기된 동물은 반드시 내가 돌봐야만 해’ 혹은 ‘모든 유기된 동물은 내가 돌봐야 해’라는 비합리적인 신념을 갖고 있다. 이러한 비합리적 신념을 합리적 신념으로 바꿔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 심리치료 중 하나”라며 “학문적으로 약물 치료는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되고 있긴 하나 그 치료 효과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약물을 중단할 경우 증상이 재발된다는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심리학적으로 애니멀 호더는 인지행동치료를 적용하면 치료 가능한 대상이다. 증상에 따라 전문의와 상의하여 약물치료를 병행하면 그 효과도 더 좋아질 것”이라며 “애니멀 호더가 치료하려는 시도를 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전했다.



정신질환자로서 애니멀 호더는 처벌보다 치료가 우선이다. (사진=이예림 대학생 기자)







애니멀 호더 처벌 법은 또 다른 희생자 낳을 수 있어

지난해 9월부터 ‘애니멀 호더 처벌 법’이 시행됐다. 이에 따라 보호자가 반려동물에게 최소한의 사육공간을 마련하지 않는 등 학대 행위를 할 때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이를 두고 몇몇 전문가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김정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2018년 4월 정신의학신문을 통해 관련 법 개정안이 애니멀 호더를 단순 범법자로 비추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전했다. 대중과 언론이 정신질환자로서의 애니멀 호더를 개정안으로 인해 단순 동물보호법에서의 범법자로 인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더불어 정신질환자로서의 애니멀 호더는 처벌보다 치료가 우선시되도록 사회적으로 활발히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심리학적 측면에서 바라본 애니멀 호더는 무조건 처벌하기보단 인간 존중 차원에서 심리치료를 받은 수 있도록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애니멀 호더가 되는 원인을 분석하고 상황에 따라 대처할 수 있도록 다양한 선행 연구와 조사가 필요하다. 사회적으로 애니멀 호더를 범법자로 바라보기보다는 치료 가능한 대상으로서 어떤 방법이 있는지 논의하는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고 전했다.

min5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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